메뉴 크게보기

투표

제목

  • 메인페이지
  • 성명서∙호소문

  • 성명서∙호소문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 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서울대의대교수회
댓글 0건 조회 286회 작성일 24-06-03 09:19

본문

b39b0a7c76a707e0b706baab72a641c5_1717378885_1907.png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 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1. 지난 5월 25일 대통령실은 ‘연금개혁, 쫓기듯 결정할 문제 아냐… 수치보다 타협 절차 중요’ 라고 하셨습니다. 동의합니다. 의료 개혁은 어떻습니까? 근거가 부족한 2000명, 대학 자율로 정해진 1509명의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의사 수가 최선의 방법으로 추산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타협이 이루어진 후에 점진적으로 진행하여야 올바른 의료 개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환자가 원하는 의료 체계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4월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제안한 “국민, 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시민 공모의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저희 홈페이지 snumed.org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십니다. 가까이에 있던 의원이 하나 둘 문을 닫고, 멀리 있는 큰 병원은 어렵게 예약해도 하염없이 기다려 잠깐 전문의 얼굴을 보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한 해 1500명, 2000명씩 늘 어나면 이 문제가 금새 해결될까요? 가까이에 의원이 다시 생기고 큰 병원 진료는 편하고 만족스러워질까요? 가까운 의원이 인근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며,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급종합병원에 신속히 연계해 진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자리잡는다면, 이것이 가능하도록 의료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된다면, 떠났던 동네 의원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큰 병원 진료도 수월해질 것입니다. 1, 2차 의료기관과 경쟁하며 경증 환자를 보던 상급종합병원은 본래 역할인 중증 환자의 진료, 1, 2차 의료기관과의 협력 과 상호 정보 교환, 환자와 의료계를 위한 교육과 고난이도 진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러한 의료 개혁은 왜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까?

  3.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은 OECD 평균의 세 배에 이르며 보건의료비가 국방비의 세 배가 넘는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2035년에 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러한 과도한 의료 이용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시민 공모를 통해 제안하신 바와 같이 ‘나와 나의 질병을 아는 전문가’, 즉 주치의를 둘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1, 2차 기관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고 만성질환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꼭 필요한 경우 방문하여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줄어들 것입니다. 일차의료가 튼튼해지면 질병의 치료 못지않게 예방에도 투자하는 바람직한 의료 체계가 될 것 입니다.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이러한 바람직한 의료 체계 대신,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효과도 알 수 없는 무리한 의대 정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4. 대통령께서는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약속하며 2025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3.26. 국무회의).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재정을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3.27. 중대본 브리핑).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다양한 약속들이 규정과 재정의 문제로 지켜지지 않아왔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전후 에 남발된 민생 공약들 또한 기억합니다. 젊은이들이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정권의 실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주십시오.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에서, 실제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주십시오.

  5. 정부 안에 따르면 2025년 의대 입학생 수는 현재의 3058명에서 4567명으로 49.3% 폭증 합니다. 교육부 공식 의학 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하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되면 의과대학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충분히 사전에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이 실사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었습니까? 해외 의료선진국에서는 10-20년에 걸쳐 차근차근 증원을 실행합니다. 의대 정원을 일시에 50% 늘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이 가능합니 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snumed.org)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적어도 현재의 각 의과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수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후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위한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후 학생 수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6. 그러나 정부는 늦다고 말합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들어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합니다. 저출산도 소아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년 후를 위한 의대 증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아이들의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훨씬 더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전에 없던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가 생겼을까요.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많은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이 천직이었던 소아 진료, 응급실 진료를 포기합니다. 이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자신의 전문 분야 진료를 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을, 그리고 환자 교육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 체계를 만들어주시면 바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7.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소위 ‘의사 집단 행동’에도 불구하고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병상 가동률에 큰 문제 없다고 연일 보고합니다. 맞습니다. 14만명의 의사 중 진료를 하지 않고 있는 의사는 만 명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형 병원은 그간 이들 만 명의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명감,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기대어 왔습니다. 교수들은 최선의 진료를 하고 후배를 양성하는 보람으로 병원 전문의 평균 봉급의 절반 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에도 아랑곳없이 진료, 연구, 교육에 매진해왔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환자분들께 최선의 치료를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길이 막혀 절망하고 계실 환자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멀지 않아 우리 국민의 사망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암울함이, 우리가 교육할 학생과 전공의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우리를 절망하게 합니다. 경제적인 안락함보다 보람과 긍지를 택한 교수들은 더 이상 대학병원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저 허망한 수치에 대한 집착이 환자와 의사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수많은 병원 임직원들의 생계와 관련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습니까? 정부가 정한 그 수치가 국민의 절망과 우리나라 의료계, 관련 산업의 붕괴보다 더 중요합니까?

  8.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났다고 호도하는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이들은 수련 환경의 열악함을 알고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의료전문가가 되기 위하여 수련을 선택했던 이들입니다. 정부는 전공의가 국가 자산이라 말하지만(5.16. 국무총 리 대국민담화) 국가가 이들의 수련에 지금까지 어떠한 투자를 해왔습니까? 미래에는 소신껏 올바른 의료를 행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믿음을 빼앗는 것 외에, 의대 정원을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2020년의 의정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여준 것 외에 저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 왔습니까? 수련을 더 받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한과 벌칙, 대체인력의 인건비 지원은 쏙 빠진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으로 이들의 수련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면 정부는 의료 현장을 정말 모르는 것 입니다. 물론 의사가 아닌 분이 의료 현장을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의료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현장의 의견을 묻고 이를 충분히 반영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몇 달간 정부는 불합리하고 폭압적인 정책이 촉발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미명 하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더 망치지 않을까, 의사들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이며, 우리는 훗날 반드시 2024년 봄에 누가 의료 정책의 책임자였는지 따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습니까? 알려주십시오.

  9. 증원이 확정되면 의대생들은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합니다. 올해 의대생들이 휴학, 유급 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신입생 포함 7,500여명의 의대 1학년 학생들은 대학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교육과 수련을 받게 됩니다. 적지 않은 지방대학 의대생들은 수도권 지역의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 다시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증원은 다수의 N수생을 양산하였고 이공계는 신입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합니 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산업 손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이들을 포함 한 2025년의 교육에 대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의대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할 묘책이 있으신가요?

  10. 우리 의료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합니다. 앞으로 의료계는 불충분했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료공급자로서의 국가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우리 의료계는 의료 체계의 누적된 문제를 정부와 국민, 그리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제대로 된 진단과 최선의 처방을 선택하자고 주장 합니다.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하자면서도 2025년의 의대 정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의료계에서 말하는 원점에서의 재논의가 바로 조건 없는 대화이며, 대량 증원은 무를 수 없다며 조건을 걸고 있는 것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입니다. 대화의 걸림돌을 치우지 않는 것이 과연 의료계입니까? 정부입니까?

  11. 이 자리를 빌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자 학자, 교육자이신 대학 총장님들께도 여쭙니다. 의과대학 교육은 일반 대학의 교육과는 달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나 폐교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희망 증원 학생 수를 신청하실 때에 의대 교수들과 협의하셨습니까? 의대 교수와 부속 병원이 교육할 수 있는 규모의 증원을 요청하셨나요? 의대 증원이 우리나라 의료계와 관련 산업계, 이공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지금, 대학 정원의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님들께서는 과연 우리나라의 지도층으로써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하셨습니까? 아니면 일개 교육기관 수장의 자리에 연연하며 정부의 지원 중단 협박에 굴복하셨습니까?


     

대통령실의 레드팀께 요구합니다. 의대 정원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대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모두 필요합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올바른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타협의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의료 개혁이 현장의 의료 진과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올바른 정책이 되도록, 부디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2024년 5월 28일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 유튜브
  • 페이스북
  • 인스타

법인명│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사업자등록번호│105-82-76010
대표│한정호 대표전화│031-787-7188
주소│성남시 분당구 구미로173번길 82(분당서울대학교병원) Emergency Committee of SNUCM-SNUH Faculty Counci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