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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필요한 의사 수 예측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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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대의대교수회
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24-09-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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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분들의 어려움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저희 마음도 하루하루 더 무거워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 병은 우리나라에서 내가 책임진다고 자부하던 서울의대-서울대 병원 교수들은 더 이상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얼마 전까지 가능했던 최선의 진료를 지금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든든하게 뒤를 봐주던 동료가 이제는 곁에 없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동료를 차마 말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려워서, 희망을 잃어서 떠나는 이를 무어라 말하며 붙잡을 수 있을까요?


정부는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장담하지만 오늘도 법원은 ‘의료행위에 과실이 없으나 의사는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배후진료가 어려워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만 했던 응급실 의사는 기소를 당합니다. 의사가 실력대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신 정부는 응급실에 전담관을, 비서관을 배치하여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분들께서 전원 문의 전화를 받아 환자의 응급도를 판단해 주시는지요? 심폐소생술을 지휘해 주시나요? 보건복지부의 대책대로 지역의료와 군의료의 보루인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상급병원 응급실에 배치하면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질까요? 안타깝게도, 지난 8월 말 시행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설문조사에 의하면 그간 서울대학교병원에 파견된 군의관/공중보건의사가 도움이 된 경우는 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분들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에 섣불리 참여하였다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 피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진정성과 노력을 이야기하기 전에 부디 현장의 호소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시와 처벌은 의료를 위축시킬 뿐입니다. ‘필수진료’ 의사를 현장에서 떠나게 할 뿐입니다.


의사가 현장을 떠나면 그 숫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상황은 호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구 10만명당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2014년 2.4명에서 2022년 4.8명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2010년 68.9명에서 2020년 115.7명으로 늘었지만 응급의료와 소아진료의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영국(OECD 보고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3.2명), 프랑스(3.2명), 독일(4.5명)은 우리(2.6명)보다 의사 수가 많지만 의료의 성적(평균수명, 영아사망률, 회피가능사망률)은 우리나라가 월등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의료의 성적이 비슷한 일본은 우리와 현재의 의사 수가 비슷하며(2.6명),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의 증가는 우리보다 훨씬 완만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2024년 2월 필수의료, 지역의료 살리기의 필수조건으로 의대 정원의 급격한 증원을 선언하였을 때 의사들은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장 내 곁을 떠난 동료가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필수진료’ 전문의의 적정 수 고용 보장과 민형사 기소/소송 부담의 해소라는 당연한 해법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꼼꼼히 계산하고 산출하였다는 필요한 의사 수의 계산에 사용된 시나리오도, 계산과정도, 수십 차례 하였다는 의료계와의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전문직의 인력 수급은 행정부의 책임’이지만, 제대로 교육하기조차 어려운 규모의 증원을 납득하려면 ‘숫자를 도출하게 된 합리적 근거나 예측 자료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의대정원 숫자 문제로 혼란스럽습니다.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내지 않아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합리적인 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정부입니다. 같은 자료를 이용하여도 사용하는 변수마다, 시나리오마다 분석 결과가 달라져 미래의 의사가 수만 명씩 남을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고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료, 어떤 변수, 어떤 시나리오를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정부가 의료계와 국민에게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여 합의하여야 합니다.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각계의 연구자들께 미래의 의사 수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와 예측자료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분석에 필요한 자료는 표준데이터셋으로 정리하여 snumed.org에 공개하였습니다(자료제공에 협조해주신 관련 기관에 감사드립니다). 엄정하고 중립적인 심사를 거쳐 국제학술지에 출판되는 연구를 대상으로 공모하여 포상하고자 하오니 2024년 10월말까지 snumed.org ‘우리가 원하는 의료’ 게시판에 ‘글쓰기’로 참여 의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참여의향을 밝히신 연구자께서 주저자로 국제학술지에 출판하신 경우에는 출판료를 지원합니다(재원이 소진될 때까지, 출판 순서대로). 출판된 연구논문은 학술지의 수준과 영향력, 분석에 고려된 시나리오가 책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에 제시된 의료서비스의 모습을 반영한 정도, 정책 제안의 수월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할 예정입니다.


한가하게 연구 이야기나 할 때냐고 한심하게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들 권력도, 집행할 재정도 없는 저희 교수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혼란을 잠재울 수도 있는 ‘합리적 근거’가 연구로 얻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내 눈앞의 환자를 좀 더 잘 진료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의사집단을 의료개혁의 동반자가 아닌 ‘굴복할 수 없’고 ‘버텨 이겨’야 하는 적으로 여기고, 동료가 공공범죄수사대에 소환되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필수/지역의료에 5년 동안 20조를 쏟아 붓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가 정작 2025년의 보건복지 예산 증액은 4조(20조/5년) 대신 평년(3~13.2% 증액)과 별반 다르지 않은 9,463억(전년 대비 5.4% 증액)을 책정하니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저희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월급이나 특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진료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해묵은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버린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인 진단과 보다 나은 처방, 논의를 거쳐 얻어진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을 바탕으로 하는 투명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입니다. 정책결정권자들께서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밖에 없게’ 하는 법적, 행정적 족쇄를 고안하는 대신, 의사들이 앞다투어 ‘필수의료’에 뛰어들고 싶어지는 환경을 부디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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